A-side

#6 [A-side] 어쩌다 굿즈 MD

DeOpt 2022. 2. 19. 18:00

#Career

어쩌다 굿즈 MD

 


D. 먼저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안녕하세요. 26.5살 김선형이라고 합니다. 한국식 ‘빠른' 나이 셈법 덕에 실제로는 26살이지만 친구들은 27살이거든요. 저는 공연 보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현재는 온라인 서점에서 사은품 MD로 일하고 있어요. *디옵트에서는 에디터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도 저의 수정 작업을 거쳤답니다.



D. 지금 하고 계시는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 부탁드릴게요.
제가 하고 있는 MD 업무는 일반적인 MD 역할과는 조금 다릅니다. 보통의 MD는 상품을 기획, 판매해서 매출을 올리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을 텐데요, 제가 속한 팀은 직접 기획한 사은품을 ‘수단’으로 삼아 도서의 매출을 증진시키는 걸 목표로 합니다. 쉽게 말해 고객이 다른 서점이 아니라 저희 서점에서 책을 구매할 수 있도록 사은품이라는 유인책을 고민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에요. 우리나라에는 도서정가제가 있는 만큼 사은품이 서점의 경쟁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D. 그렇다면 책의 콘텐츠를 사은품에 녹이는 건가요?
책의 콘텐츠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은품 제작은 도서 MD분들이 하고 있어요. 저희는 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은품보다는 우리 브랜드를 대표하는 굿즈를 매번 다른 테마로 기획·제작하죠. 사실은 말씀하신 업무도 하고 싶어요. 제 취미가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공연을 보는 건데, 공연 굿즈를 산 경험이 많다 보니 ‘이야기’와 관련된 상품 경험을 기획하는 일에도 흥미가 있거든요.


D. 선형님이 하고 싶은 일과 지금 하는 일이 조금 달라 보여요.
맞아요. 지금 회사에 공개 채용을 통해 들어왔는데, 직무를 포괄해 인원을 선발하고 내부 상황에 맞춰 인원이 필요한 부서로 각각 배치되는 방식이었어요. 저는 이전에 인턴을 두 번 했는데 모두 콘텐츠나 SNS 관련 업무를 했었고, 채용 과정에서도 그 경험과 관련된 역량을 어필했기 때문에 지금의 부서에 오게 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부서 배치 결과를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당황스럽고 막막했습니다. 지금도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입니다.


D. 그럼에도 일을 계속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은 신입이기 때문에 배우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기엔 이르다는 거죠.
그리고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인턴 기간까지 포함하면 약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취업을 준비했으니까요. 버스에 올라타 아주 긴 터널을 지나며 다른 사람들이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내가 내릴 정류장은 어디일까 불안해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이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가 있잖아요. 일(직무), 급여, 사람이요. (웃음) 저는 그중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가 특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비교적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어요. 직무 이외의 요소들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DeOpt


D. 그래도 지금 하시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때가 있다면요?
마침 오늘(인터뷰 당일) 망원동에 갔다가 제가 만든 굿즈를 사용하고 계신 분을 우연히 봤어요! 제가 다니는 회사가 온라인 베이스이다 보니 고객을 실제로 만나 반응을 확인하기 어려웠거든요. 직접 눈으로 굿즈의 쓰임을 확인하니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사은품이 생각보다 꽤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서점의 꽃은 책인 게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은품이 그저 부수적인 것만은 아니거든요. 실제로 포털에 회사 이름을 검색하면 사은품부터 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사은품은 서점을 대표하는 얼굴이기도 한 거죠.


D. MD 일을 하면서 본인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 궁금해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고려하는 점이 ‘쓰레기를 만들지 말자'는 거예요. 아무래도 가상의 결과물이 아니라 실체가 있는 상품을 만드는 일이잖아요. 사람들이 받아서 잠깐 기분 좋게 써보다 버리는 물건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들자는 게 최우선 목표예요. 남는 재고가 없도록 모두 소진하자는 의미도 있고요. 지구에 해를 조금이라도 덜 입히기 위해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굿즈나 디지털 굿즈도 향후에는 제작해 보고 싶어요.


D. 사이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계시죠. 디옵트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본업의 직무에서 얻지 못하는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죠. ‘내 콘텐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싶었어요. 저는 언제까지나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D. 디옵트에서 인터뷰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점이 있을까요?
인터뷰를 할 때는 인터뷰 대상자가 이 시간을 통해 자기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재정의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려고 노력해요. 자기 자신은 당연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지 않았던 것들을 한 번 더 돌아보게 하는 것이죠. 에디팅을 할 때는 인터뷰 당사자의 의도를 최대한 반영하면서도 과장하지는 않으려고 노력해요. 사실 일반인이 인터뷰를 받는다는 게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어요. 쉽게 생각해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나 인터뷰했어!’라며 콘텐츠를 보여줄 때 부끄럽지 않게 만들려고 하죠. 인터뷰 원고를 쓰다 보면 이 사람의 이야기 속 매력을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게 과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참으려고 노력해요. 각자 있는 그대로의 반짝임을 보여주고 싶어요.


(B-side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