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ide

#6 [B-side] 반짝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DeOpt 2022. 3. 5. 18:00

반짝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Mentality

D. 앞서(A-side 참고) 취미에 대해 잠시 언급해 주셨어요. 연극과 뮤지컬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사실 연극과 뮤지컬은 취미이기 이전에 제가 일하고 싶었던 분야였어요.
공연은 모두의 약속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사, 음악, 조명 등 다양한 요소가 모여야 하죠. 모두가 함께 순간을 만들기 위해 열정을 다한다는 감각과 그 순간에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제게는 아주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사람들을 웃고, 울고, 질문하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좋았고요.
그래서 공연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어요. 그러나 관련 전공자가 아니면 일할 기회를 얻기조차 쉽지 않았고, 그나마 해볼 수 있었던 관련 서포터즈나 아르바이트에서도 처우가 매우 열악한 현실을 마주했어요. 그렇게 지금은 공연이 취미가 된 거예요. 이루지 못한 꿈이지만 언젠간 다시 돌아갈지도 모르죠.



D. 공연을 좋아했던 만큼 그 꿈을 포기하는 순간은 아주 힘들었을 것 같아요.
현실적인 이유로 꿈을 포기하게 되는 순간은 어쩌면 누구에게나 한 번쯤 찾아오는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내가 이 일로 밥벌이를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은 생각보다 무섭고 슬프더라고요. 몸이 힘들거나 고생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에요. 많은 선배들이 저를 회유했을 때는 그래도 나는 할 수 있다며 의지를 다졌었는데, 현실을 직접 마주하니 매우 힘들었어요.



D. 그럼에도 지금 일에서 보람을 찾으려는 모습이 오히려 의연해 보이기까지 해요.
그래 보이나요?(웃음) 사실은 여전히 마음 아파요. 다들 가슴속에 그런 꿈을 묻고 사는 것 아닐까요. 조금 씁쓸한 이야기를 하자면 비슷한 꿈을 가졌던 친구 중에 결국엔 공연 쪽에서 일하게 된 친구들이 있는데, 그런 친구들을 보면 저도 ‘만약에 계속 버텼으면 나도 저 친구처럼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순간이에요.

ⓒDeOpt


D. 직업으로 삼고 싶었던 만큼 연극이나 뮤지컬과 같은 공연에 애정이 느껴져요. 공연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를 꼽자면요?
순간이지만 누군가의 가슴속엔 평생 남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은 ‘지금’ ‘여기’에서만 존재하는 순간의 예술이잖아요. 관객이라면 그 순간들이 만들어내는 다른 세상에 흠뻑 빠질 수 있어요. 연극도 그렇지만 특히 뮤지컬은 음악이 더해지면서 몰입도가 굉장히 높아지죠. 그래서 공연을 보는 약 2시간 반 동안은 현실을 잊고 빠져들었다가 그 다른 세상에서 되려 현실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기도 해요. 어찌 보면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다는 점이 디옵트와도 비슷하네요.(웃음)


#Values/Vision

D. 얘기를 듣다 보니 선형님 인생의 모토가 궁금해져요.
'반짝이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해요. 누구나 자기만의 반짝임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게 가장 빛나 보이는 때는 그 사람이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거나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는 경우라고 생각해요. 대상이 무엇이 됐든 언제나 열정을 쏟으면서 반짝임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D. ‘반짝이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삶의 패턴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직장인이 되어 보니 다른 걸 신경 쓸 새 없이 하루하루 주어진 일만 해내기도 벅차더라고요. 그러다 덜컥 ‘생각대로 사는 게 아니라 이렇게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면 어떡하지?’싶은 걱정이 들었어요.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서 반짝이는 모습을 보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른 사람의 열정이 저에게도 영감이 되니까요.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DeOpt


D. 선형님에게 영감이 되는 사람들을 소개해 주세요.
앞서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제법 했으니 당연히 뮤지컬 배우들을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어요. 무대에서 그들이 뿜어내는 열정이 제게 에너지가 되거든요.
최근에는 콘텐츠나 마케팅에 관심이 많다 보니 이 분야에서 영감이 되는 분들을 찾게 돼요. 마케터이자 문구인(文具人)인 김규림님도 그중 한 분인데요.(규림님 인스타그램) 스스로를 문구인이라 정의하며 문구류를 모으고 관련 전시도 하셨어요. 10년째 꾸준히 블로그도 운영 중이시고, 배달의민족 마케터 출신이라 마케팅 관련 책도 내셨고요. 이렇게 좋아하는 것이 확고하고, 그걸 꾸준히 향유하며 저변을 넓혀가는 모습에 긍정적인 자극을 받아요.



D. 그렇다면 선형님도 지금 하는 일에서 머무르지 않을 생각이신가요?
꿈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다는 걸 배웠죠.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세요. 그렇다고 해서 생각 없이 주어진 역할만 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꿈을 이룰 기회는 영원히 사라져요. 지금 당장 할 수 없더라도 나중에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그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잖아요. 저는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준비할 거예요.



D. 일 말고도 ‘반짝이는 사람'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요?
제가 생각하는 ‘어른'은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에요. 그 역할이 때론 하기 싫거나 낯설 수 있죠. 저는 최근에 완전한 독립을 준비하면서 ‘집을 스스로 구하는' 역할까지 맡게 됐는걸요. 하지만 다양한 역할은 삶의 경험이 되고 다른 면에서 저를 반짝이게 만들어 줄 거라 믿어요. 회사에서의 역할, 가족 안에서의 역할, 그리고 나 스스로에 대한 역할까지 전부가요.



D.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질문드릴게요. 본인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햇살 같은 사람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아요. 햇살은 따뜻하고 포용적이면서도 반짝이잖아요. 저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고,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걸 좋아해요. 그러면서도 반짝이는 사람이 되고 싶으니 가장 적절한 비유가 아닐까 생각해요. 제 이름이 선형이라 영어 이름이 Sun이기도 하고요.(웃음) 저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도 반짝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어요.

ⓒDeO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