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ide

#4 [B-side] 서로를 보듬으며 사랑하는 관계에 대하여

DeOpt 2022. 1. 1. 19:10

#Relationship

서로를 보듬으며 사랑하는 관계에 대하여

 

 

D. 지금의 다원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 또는 소중한 관계에 대해 알려주세요. 

순위를 매겨보자면 1등은 엄마, 2등은 남자친구, 3등은 저희 집 강아지와 고양이요.



D. 많은 사람들에게 어머니는 특별한 존재일 텐데요, 다원님에게 어머니는 어떤 존재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저희 부모님은 싸움이 잦았어요. 아빠는 술만 마시면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냈죠. 언성으로 시작해서 피로 끝나는 부부 싸움은 제가 20살 때까지 지속됐고, 중학생 때는 빚쟁이가 찾아오는 경우도 많았어요. 이런 환경 속에서도 엄마는 아빠가 불쌍해서 관계의 끈을 놓지 못했대요. 물론 지금은 합법적 이혼을 했지만 엄마와 제가 이런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함께 잘 이겨내고 싶어요. 엄마는 제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자 제 삶을 함께 가꾸어 나갈 친구 같은 존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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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어머니도 다원님도 정말 힘드셨을 것 같아요. 그러면 반대로 다원님은 어머니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혹은 어떤 존재가 되고 싶나요?

엄마의 자랑거리가 되고 싶어요.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일을 열심히 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제가 편입을 고민하던 시기에 엄마가 많이 아프셨어요.(A-side 참고)  엄마는 저를 이끌어주는 존재이자 저를 감싸고 있는 우주 같은 존재였는데, 엄마가 아프신 모습을 보니까 오히려 제가 단단해져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어요. 그때부터는 인생을 좀 더 주체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D. 어머니 다음으로는 남자친구를 뽑아주셨어요. 어떤 점에서 특히 소중한 관계인가요?

남자친구는 저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이에요. 저는 힘든 가정사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반면, 남자친구는 가정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꺼려했어요. 처음에는 저에게도 이야기하기 힘들어 했지만 점점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질감 같은 게 생긴 것 같아요.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고 사랑하고 있다는 감정이 저에게는 정말 소중해요.



D. 공감대가 있다 보니 관계가 더욱 단단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서로의 상처를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해 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혼자 묵묵히 견뎌 오며 얼마나 힘들었을지 느껴졌거든요. 



D. 소중한 존재로 지금 키우고 계신 강아지와 고양이도 꼽아주셨는데, 자랑 좀 해주세요!

강아지 이름은 뭉치, 고양이 이름은 뭉이예요. 제가 학생 때는 집안 사정 때문에 많이 우울했는데 그때 뭉치가 저희 가족이 됐어요. 파양된 아이였기 때문에 어쩌면 저와 비슷한 아픔이 있었고, 집에 저랑 뭉치만 있는 시간이 많아서 좋은 친구가 될 수밖에 없었죠. 저는 뭉치에게서 위로를 받고, 뭉치는 저를 통해서 재미와 간식거리를 얻어낸 거예요(웃음). 

뭉이는 애교가 많은 고양이고, 저를 많이 좋아해 줘요. 어쩔 때는 ‘이 작은 생명에게 내가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둘 다 비록 말은 못 해도 제가 힘들 때 옆에서 위로해 준 존재들이라 아주 소중해요. 잊고 싶지 않아서 뭉치랑 뭉이 타투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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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가장 소중한 관계로 꼽아 주신 분들 모두 다원님과 위로를 주고받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전 인터뷰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자기 자신’이라고 말씀해 주시기도 했는데, 그렇다면 다원님 스스로에게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나요?
제가 저의 큰 버팀목이자 편안한 안식처가 됐으면 해요. 물론 제 주변에 소중한 존재가 많아서 그들에게 위로받는 것도 크지만, 제가 무너질 때 일으켜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저’거든요. 한때는 제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을 때가 있었어요. 당시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고 채찍질을 심하게 했죠. 그랬더니 우울증이 오더라고요. 이후로는 제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하게 대하고 끊임없이 질문해요. "많이 힘들지? 수고했어." 이런 식으로요.



D. 마지막으로 가치관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인생의 모토가 있다면?

No pain no gain이요(웃음). 제가 다이어트를 해서 10kg를 뺀 적이 있거든요. 그때 본 홈 트레이닝 영상에서 유튜버가 딱 배가 찢어질 것 같을 때 저 말을 외쳐요. “너 이렇게 하면 뱃살 없앨 수 있어!”라는 듯이요. 이 영상을 매일 밤 보면서 운동을 따라 했더니 어느 순간 이 말이 제 삶의 모토가 된 거죠. 저 말을 되새기면 지금의 고통도 무언가를 얻는 계기가 될 테니 견뎌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저를 다스리는 말입니다.



D. 가벼운 응원이 큰 힘이 됐네요. 디옵트도 힘든 일을 겪어 오신 다원님을 응원하고 싶어요. 이제 마지막으로 처음에 드린 질문을 다시 한번 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그냥 저예요.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할 것 없이 제가 만든 저이고, 제가 좋아하는 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