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ide

#1 [B-side]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DeOpt 2021. 10. 10. 17:23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D. 창훈님이 생각하는 ‘26살’은 어떤 나이인가요?

나름대로 가치관을 정립해가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20살에 대학에 입학해서 22살에 군대에 가고, 24살에 전역했어요. 당시의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브랜딩이 재밌는 것 같다’ 정도의 어렴풋한 느낌만 갖고 있었죠.

 

 

 

D. 그럼 언제부터 스스로의 가치관을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나요?

25살부터는 제가 좋아하는 향이나 인테리어에 대한 소소한 취향부터 가치관이나 인간관계 등에 대한 생각이 구체화되기 시작했어요. 제 삶에 어떤 가치가 가장 중요한지, 어떤 사람과 오래 함께하고 싶은지 등이요. 점점 경험이 쌓여가기 때문일 수도 있고, 전역 후 6~7개월간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모멘텀이 됐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가치관이나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다만 26살의 저는 스스로에 대해 좀 더 명확해지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D. 그렇다면 본인은 스스로를 잘 알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건 또 다른 이야기인 것 같아요. 방금 말했다시피 아직도 스스로에 대한 생각은 끊임없이 바뀌고 있어요. 저라는 사람을 담을 수 있는 방이 있다고 표현한다면, 그 방의 인테리어는 크거나 작게 계속 달라지는 것이죠. 어쩔 때는 소품이 한두 개 정도 바뀌는 일이지만, 가끔은 방 전체의 구조를 변경할 수도 있겠죠. 어쩌면 죽을 때까지 인테리어 공사는 끝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 과정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어요. 고통스럽고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스스로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갈수록 제 인생도 행복해지고 있다고 느껴요. 



 

D. 그럼 지금 창훈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거요. 대기업에 갔으면 지금 받는 연봉보다 더 많이 받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A-side 참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했어요. 그것이 지금 저의 가치관을 보여줄 수 있는 사건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선택이 제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돈에 대한 욕심이 없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돈이 많이 있어야 하죠(웃음).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는 경제적 자립의 중요성을 더욱 느끼고 있어요.

 

 

 

©DeOpt

 

 

 

D. 하고 싶은 일과 현실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실 거라 생각됩니다.

앞으로도 현실과 아예 타협하지 않는다고는 단언할 수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제 가치관을 계속해서 지켜나가고 싶고,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죽기 전에 ‘이 정도면 하고 싶은 거 다 했다’고 말할 수 있길 바라요.



 

D.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일은 어떤 게 있는지 살짝 알려주실 수 있나요?

엄청 많아요! 의지박약이라 그렇지... 일단은 제가 ‘세이브더칠드런’이라는 기관에서 1:1로 결연 아동 후원을 하고 있어요. 2012년부터 후원을 시작해 벌써 두 번째 아이를 후원 중이에요. 코로나 이전에는 직접 방문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지금은 어려워서 편지만 주고받고 있어요. 언젠가 가능해진다면 아이를 만나러 가보고 싶어요. 창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이외에도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모두 정말 많은데 아직 사회 초년생인 만큼 여러 가지 제약들이 있으니 적절한 시점에 하나하나 해 나가려 합니다.



 

D. 창훈님 스스로를 한 단어 또는 문장으로 표현해본다면요?

둥근 세상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요.

 

 

 

D. 많은 뜻이 있을 것 같습니다.

보통 이런 얘기를 하면 나 하나쯤 노력한다고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비관적인 말을 들어요. 하지만 저에게 둥근 세상을 만드는 건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일들의 핵심이에요. 우리가 사는 세상의 크고 작은 문제에 관심을 귀 기울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에 함께하는 것이죠. 업무적인 영역에서도 이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해요.

 

 

 

D. 업무적인 영역이라면 어떤 예가 있을까요?

사실 브랜딩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도 기업이 돈을 버는 것 외에 그 조직의 미션과 핵심가치를 정립하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위한 변화를 만드는 데 진심인 패션 브랜드잖아요. 겉으로 보기에 그럴싸한 가치들을 짜깁기하는 것 말고 분명한 이유를 바탕으로 세상을 둥글게 만들 수 있는 브랜드나 서비스를 기획하는 게 목표예요.

 

 

 

©DeOpt

 

 

 

D. 그 외에 스스로 노력하는 부분도 있나요?

업무 외적인 영역에서는 때로 친구 생일 때 선물 대신 친구 이름으로 기부를 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둥근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실천한 것이고요. 제가 주체적으로 관심을 가지기로 한 가치를 선택하고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껴요.



 

D.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 주세요.

제 선택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라는 걸 생각해 주셨으면 해요. 제가 대기업을 포기하고 브랜딩 에이전시를 택한 것도 사실 현실적으로 굶어 죽을 정도의 위험은 아니었으니까 할 수 있었던 거예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운이 좋았던 거고요. 인터뷰를 읽는 분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여러분의 가치관을 갖기 까지 지내오신 시간들을 존중하고 싶습니다. 그냥 이 콘텐츠를 읽으면서 혹시 내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사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나는 어떻게 살까?’라고 생각해보시면 좋겠어요. 그것만으로 디옵트는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