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ide

#9 [B-side] A Different Default: 소수를 조명하는 사람

DeOpt 2022. 6. 6. 18:00

#Relationship #Vision

A Different Default: 소수를 조명하는 사람

 

 

D.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지형님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다른 사람들보다 인간관계를 어려워하는 편이에요.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법을 잘 모르겠거든요. 학창 시절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응원이나 이해를 받지 못해서 남들보다 상처를 좀 더 잘 받는 것 같기도 합니다.

 

 

D.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포장 없이 진실되게 대하는 것’이요.

과거에는 부탁을 받으면 대부분 도와주려고 할 정도로 사람을 잘 믿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여러 일을 하다 보니 가식적인 사람들도 마주하게 되었고, 가면을 쓴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종종 있었어요. 그래서 가면을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려 합니다. 이런 모습 때문에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진심은 결국 통한다고 생각해요.

 

 

D. 주변 사람들의 평가나 지적이 지형님을 변화시켰나요?

지적받는 부분들을 고치려 시도해 보기도 했어요. 콘텐츠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기자로서 취재할 때 많은 사람과 소통해야 하니까요. 모임에 나가보거나 전문가분들을 만나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죠. 그런데 사람이 완전히 바뀌기 힘들다 보니 인간관계는 여전히 어렵네요. ‘나는 어쩌면 다른 사람들과 기본 설정이 다른 독특한 소수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가족이나 친한 지인들에게 꾸준히 어필한 덕에 요즘에는 응원 멘트를 듣기도 해요. 마당발이 되고 싶은 마음까지는 없지만 원활한 협업을 위해 사람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D. 지형님의 직업 특성상 콘텐츠 제작을 하다 보면 대중들에게 평가받을 일도 많을 텐데, 그런 평가에도 영향을 받는 편인가요?

조금은 영향을 받는 편이에요. 툭 치면 바사삭하고 깨지던 멘탈이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지는 것 같긴 합니다.

콘텐츠에 대한 비난이나 악플 수준의 반응을 얻을 때는 충격을 받기도 했어요. 그러나 반대로 응원이나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면 힘이 나요. 어떨 때는 제 LGBTQ 콘텐츠 취재물이 팬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하는데, 그런 도움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도움을 받은 만큼 더 보답하고 싶고, 저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DeOpt

 

D. 향후 웹 드라마 같은 LGBTQ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꿈도 있다고 하셨어요. (A-side 참고) 어떤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나요?

항상 생각은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잡지는 못했어요. 다만 기존의 콘텐츠들과는 차별화됐으면 좋겠습니다. 전 세계 BL 시리즈를 변화시킬 만한 영감이 되는 작품을 만든다면 더 좋겠죠.

소규모로 BL 웹 드라마 시리즈를 만들고 싶어요. 기존의 웹 소설 등을 웹 드라마로 제작해 보는 상상도 좋네요. 소설 <내 무덤 위에서 춤을 추어라>, 웹툰 <남팬만화> 등을 소재로요. 혹은 아티스트의 팬 이야기도 콘텐츠화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팬분들은 아티스트를 위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도 하는데, 이런 점에 관심이 가거든요.

 

 

D. LGBTQ 콘텐츠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뿐 아니라 팬들에 대한 애정도 큰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 스스로를 독특한 소수자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다른 소수자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고요. 제 일 중 하나가 취재를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니까 중간자로서 그런 소수자의 이야기를 전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연장선상에서 이야기해 보자면, 오늘 인터뷰에 참여한 이유 중 하나도 저처럼 생각하고 이런 꿈을 꾸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예요. 인터뷰를 통해 자신감을 얻어서 더 많은 사람을 돕고 싶어요.

 

 

D. 그 외 다른 꿈이 있다면요?

제가 평생을 걸어서 직접 보여드리고 싶었던 콘텐츠를 대부분 공개한다고 해서 그게 꿈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저 좋은 콘텐츠로 팬분들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례를 늘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섭외와 자료조사를 위해 노력할 거예요. 그간 꾸준히 공들여온 작업물들도 언젠가 멋지게 보여드렸으면 좋겠네요. 또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태국 등 해외에 거주하면서 콘텐츠를 만들어도 좋겠어요.

 

 

D.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처음에 드린 질문을 다시 한번 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열정을 가지고 계속 시도하는 사람이요.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신경 쓰지 않으면서 제 길을 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