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ide

#11 [B-side] 온전히 나만의 템포로 걸어나가기

DeOpt 2022. 7. 24. 18:00

#Values #Vision

온전히 나만의 템포로 걸어나가기

(A-side와 이어집니다.)

 

 

D. 정은님이 생각하는 ‘신뢰가 가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한 번 뱉은 말은 지키고 상대방과 합의된 규칙에 맞춰 행동하는 사람이에요. 프리랜서로 계약한 콘텐츠 제작사나 협력업체에서 정산을 미루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대금이 아예 들어오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 달 이상을 기다리는 그 시간이 너무 스트레스였어요. 그래서인지 늦지 않게 자신이 할 도리를 할 줄 아는 사람에게 믿음이 가요.

 

 

D. 다른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 신뢰를 주고 있나요?

먼저, 임금 지급일 등 협업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규칙은 무조건 지키고 있어요. 아무래도 겪었던 일들이 있으니까 저한테는 기본값이에요. 그리고 뱉은 말은 물론, 친구와의 간단한 약속이라도 어기지 않는 것으로 신뢰를 주려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것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굵직한 것들만 신경 쓰고 일상 속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DeOpt

 

 D. 프리랜서로 전향한 이후 불행을 느꼈던 적이 있나요? 

프리랜서가 된 후 과도하게 번아웃을 겪었던 적이 있었어요. 빨리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 휩싸였고, 좋은 곳이랑 작업하는 동기를 보고 열등감도 느끼고 조급해졌죠. 조금 더 지나서는 브러시를 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렇게 한동안은 멘탈이 회복되지 않은 채, 좋아하던 일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어요.

 

 

D. 힘든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어떤 방법을 찾기보다는, 조금 많이 달려온 것을 인정하고 잠시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욕심을 줄이고 스스로의 상태를 돌아보기 시작했죠. 그렇게 나를 다독이고 쉬엄쉬엄 지내며 행복해질 수 있는 요소를 찾는 연습을 계속했어요.

 

 

D. 요즘은 어떤 요소들이 정은님의 행복을 채워주고 있나요?

일상 속의 작은 것들이요. 확실히 몇 년 전보다는 일을 하며 느끼는 행복의 비중이 꽤 줄었어요. 예전에는 80%였다면 지금은 40%정도로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일이 점점 삶 속에 녹아들면서 자연스레 일이 주는 만족감에 무뎌지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일 외적인 것들에서 행복을 찾기 시작했어요.

요즘은 잠들기 전에 다음 날 있을 무언가를 떠올리며 설렘을 느껴요. 찬찬히 생각해보니 반복되는 매일 속에 특별하지 않아도 행복을 주는 것들이 꽤 있더라고요.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운동, 점심 메뉴 같은 것들이요. 예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사소한 일상의 조각들이 행복을 채워주고 있어요.

 

ⓒDeOpt

 

D. 사전 인터뷰에서 대답해 주신 좌우명 ‘나만의 템포로 걸어나간다’는 어떤 의미인가요?

남과 비교하지 않고 주변에 구애받지 않으며 자신의 속도로 나아가는 거예요. 메이크업아티스트라는 직업 특성상 SNS를 많이 하게 돼요. 예전에는 그 속에서 보이는 남과 스스로를 비교하곤 했어요. 다들 좋은 모습만 올리는 걸 알지만 지속적으로 노출되니까 조바심이 생겼죠. 어느새 다른 사람들의 속도를 맞추려 스스로를 옥죄고 있더라고요. 참 불행했어요.

요즘은 욕심내지 않으려 해요. 일주일에 4일 정도만 일하면서 휴식 시간을 가지고, SNS를 붙잡지 않고 직접 사람을 만나는 것을 연습하고 있어요. 그렇게 저만의 ‘템포’를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D. 남과 비교하며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신을 객관화하여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과연 다른 사람이 지금 당신의 모습처럼 살고 있을 때 ‘계속 더 움직여야 된다’는 말을 건넬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고요. 만약 그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진다면 휴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끔은 앉아서 쉬는 것도 필요해.ⓒDeOpt

 

D. 앞으로 10년, 20년 뒤의 자신을 그려본 적이 있나요? 어떤 모습이고 싶나요?

성격상 미래를 지금 생각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아요. 남과 비교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미래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함으로써 템포를 잃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면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메이크업이 아닌 다른 분야의 직업을 갖고 싶어요. 익숙함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편이지만, 경험해 보지 않은 새로운 걸 하면서도 즐거움을 느끼거든요. 그리고 커리어로 성공하기보다는 가정에 집중하고 싶어요. 일과 금전적인 욕심이 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파트너와의  안정적인 관계와 일을 조화롭게 유지하면서 살고 싶어요.

 

 

D. 마지막으로 처음 했던 질문을 다시 드릴게요. 정은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누군가를 닮은 ‘내’가 아니라 남과 비교할 수 없는 ‘나’이며, 고유명사가 되고 싶은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