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ide

#13 [B-side] 내가 없이는 남도 없다

DeOpt 2022. 8. 28. 20:00

#Values #Vision

내가 없이는 남도 없다


D. 승훈님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제게는 자존감이 가장 중요합니다. 스스로 자존감이 없으면 주변 인간관계에 싫증을 잘 느끼더라고요. 사람들을 만날 때 의도적으로 밝은 텐션을 만들어내야 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진심이 오가지 않고, 누군가에게 떠밀려서 하는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이런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제 모습도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내가 중심을 잡지 못해 떠밀려가는 모습들이 싫고, 그 모습을 타인에게 행하는 제 모습도 싫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기 위해서는 내가 자존감이 높아져야 하고, 여유를 갖추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제 좌우명인 “내가 없이는 남도 없다"는 말도 이 뜻을 담고 있습니다.


D. 앞선 인터뷰에서(A-side 참고) ‘일하는 승훈님'의 모습이 자존감을 지키는 데에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게 '일을 한다'는 말은 '돈을 번다'로 귀결되지 않습니다. 제 삶에는 활력이 있어야 하거든요. 활력이 부족할 때는 자존감도 같이 낮아져요. 자존감이 낮을 때는 그저 가만히 쉬고 싶을 때도 있지만, 계속해서 움직이려고 노력합니다. 산책을 하고 카페에서 좋아하는 메뉴를 먹는 등 소소한 소비로 에너지를 충전하죠. 다만 '일'은 자존감이 높을 때 에너지를 쏟아내는 대상이에요. 에너지를 모두 쏟아내고, 그로 인한 결과가 만족할 만한 정도일 때 다시 자존감을 얻고요.

ⓒDeOpt


D. 반대로 승훈님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인가요?
'거절'인 거 같아요. 거절당했을 때, 스스로 '괜찮아'라는 말을 되뇌는 것도 어려웠어요. 거절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프리랜서이다보니 ‘거절’이라는 의사 결정과 떨어질 수 없고 거절로 인한 자존감의 상실도 있죠. 하지만 여기에 마음을 많이 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D. 승훈님이 하고 계신 일의 대부분이 제안과 관련되어 있어요. 제안이 거절당하는 경우, 어떻게 받아들이는 편인가요?
많은 마음을 쓰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말했지만, 거절당한다는 건 항상 힘들어요. 다만, 그 거절 직전 과정까지 나아가는 과정에서 진심을 다해요. 그 과정에서 제 스스로가 거절에 대한 이유를 찾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거죠. 그리고 난 후에 제안이 거절된다면 그 거절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요. 이 사람과 나의 프로젝트가 타이밍이 엇갈린 것뿐이구나 하고 거절에 대한 해석을 붙이지 않으려고 해요. 이 마음가짐이 위안이 되지 못할 때는 일부러 일을 더 많이 만들 때도 있죠. 저는 활기가 있어야 우울해지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가끔씩은 지금처럼 인터뷰도 참여합니다. 말을 하면서 제 스스로의 생각이 정리되고 지금 어떤 상태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인지가 되면서 힐링이 되기도 하거든요.


D.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저의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어 내고 싶어요. 8월에 운영해온 뉴스레터가 1주년을 맞았어요. 주기적으로 글을 쓰면서 어떤 문체를 가졌는지 공개적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어요.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면서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이를 모아 책을 쓰고 싶어요.


D. 승훈님이 앞으로 10년, 20년 뒤에 되고 싶은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요?
‘책임감 있는 사람’,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요. 타인에 대한 책임감이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지금은 글과 강연으로 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지만 심적으로 더 여유를 갖게 된다면 책과 유튜브를 통해서도 풀어나가고 싶어요.

ⓒDeOpt


D. 마지막으로 처음 했던 질문을 다시 드릴게요. 승훈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회복 중인 청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자존감도 여유도 지금은 온전하다고 볼 수 없거든요. 지금의 제 상태를 게임 능력치처럼 표현할 때, HP가 100이 완전한 상태라면 저는 항상 HP 60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완전한 상태를 바라는 것이 욕심일 수는 있겠지만, 이 목표를 바라보고 나아감에 있어 제 한계점을 높이고 싶어요. 청년으로서 저는 아직 도전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대학생 때는 대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도전을 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만이 누릴 수 있는 도전과 커뮤니티를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청년인 지금의 제가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