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ide

#15 [B-side] 부산, 마음을 따라 걷는 시퀀스

DeOpt 2022. 9. 25. 18:00

#Values #Vision

부산, 마음을 따라 걷는 시퀀스

 

D. 앞서 본업을 통해 지방에서도 밥벌이를 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하려 노력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A-side 참고). 회사가 중요시하는 이런 가치가 동윤님 개인의 가치관에도 부합하나요?

제가 사는 지역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언론사에 입사하게 된 건 우연에 가까웠지만, 이곳에서 일하며 저도 이에 공감하게 됐어요. 우리나라의 인프라는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돼있다 보니 그 외 지역은 발전이 잘 안되고 있잖아요. 지방에서도 사람이 먹고살아야 되고 지방에 사는 사람들도 더 나은 환경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어렵죠. 거창하게 “지방을 지켜야 합니다!”라며 나설 정도는 아니지만, 제 개인적 의제도 지방에서의 먹고사니즘*이 됐어요. 그래서 기사의 소재를 고를 때도 심혈을 기울이는 편입니다.

 

*먹고사니즘: 먹고사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는 태도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D. 지방에서의 먹고사니즘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느끼나요?

연봉 수준의 차이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비교적 연봉 수준이 높은 대기업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위치해 있어요.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지방보다 수도권을 더 좋은 선택지로 여기는 듯해요. 제가 살아온 부산이 나름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데도 대부분의 친구들은 서울이나 IT기업이 많은 판교 등지에서 공부하거나 일해보고 싶어 했거든요.

 

수영강 근방에서 바라본 부산 센텀시티 풍경 ⓒDeOpt

개인적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의 지방 이전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더 좋은 선택지를 따라가는 게 당연한데,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니 지방의 심각한 인구 유출이 일어날 수밖에 없죠. 정부와 지역의 파격적인 지원이 뒷받침되면 기업도 이전할 수 있을 거고, 결국 어디에서나 만족할 만한 수준의 연봉이 보장되어 지역도 균형적으로 발전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D. 동윤님은 앞으로도 수도권 외 지역에서 살아갈 예정인가요?

네. 저는 부산에 남아 있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해요. 가족과 친구도 가까이에 있고, 나름 제 주변 환경에 만족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잖아요. 좋아하는 걸 하면서 돈을 버는 건 복스러운 일이죠. 차후에 수도권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고민해 볼 수 있겠지만, 일단은 부산에서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D.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계시다는 말로도 이해되는데, 언젠가 삶의 방향성을 바꿀 만한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어떤 가치에 주안점을 두고 선택을 하고 싶나요?

여태까지는 선택의 순간에서 늘 결정할 당시의 마음에 따랐어요. 때로는 커리어를, 때로는 경제적 요인을 우선시했죠. 뚜렷한 기준이 있었다기보다는 제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 같아요. 특정한 가치나 지향점을 마음에 두고 그에 맞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저는 좌우명을 정해도 그렇게 살지 못한 날이 많다 보니 딱히 좌우명도 없어요. 앞으로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와도 틀에 얽매이기보다는 여태 그랬듯 그때의 마음에 따르고 싶어요.

 

지난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이후 광안대교 앞에서 찍은 사진 ⓒDeOpt

 

D.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뒤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살고 싶어요. N잡러로서의 삶도 계속 이어나가면서요. 바라는 게 있다면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창구가 더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또, 부업을 통한 수익도 어느 정도는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돈을 좇아 여기까지 온 건 아니지만 성과에 대한 보상도 중요한 동기부여 요소니까요.

 

 

D. 역시 동윤님의 삶에 영화가 빠질 수는 없네요. 영화 얘기가 나왔으니, 지금 제작하고 계신 영화도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10월 말에 <죽어도 자이언츠>라는 다큐멘터리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 소속 이대호 선수의 은퇴를 기념해서 제작하게 된 영화고, 30년간 우승을 하지 못한 팀과 그 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이야기를 그렸어요. 이대호 선수가 롯데 자이언츠에서 꼭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결국엔 못 했거든요.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만든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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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자이언츠>(개봉 예정) ⓒ국제신문 

 

D. 마지막으로 처음 했던 질문을 다시 드릴게요. 동윤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같습니다. 가능한 대로 좋아하는 것을 해보고 안 되면 노선을 변경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방송인 이경규씨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데요, 롯데 자이언츠 구단에 방문했을 때 투수들이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했어요. 그때 이경규씨가 ‘이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라’고 답했어요. 힘든 일은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라는 말이죠. 저는 이게 정말 재미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게 좋아하는 일에는 한 걸음 다가가고, 힘든 일이 닥쳐도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방식으로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