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15 [A-side] 기사 쓰고 영화 찍는 N잡러입니다

DeOpt 2022. 9. 18. 18:00

#Work&Career

기사 쓰고 영화 찍는 N잡러입니다


D. 먼저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안녕하세요. 28년째 부산에 거주 중인 이동윤입니다. 4년 차 기자로,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도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자 외에도 영화 평론가, 영화감독, 영상 편집 프리랜서 등 여러 직업을 가지고 있어요.


D. 굉장히 많은 일을 하고 계시네요. 먼저 기자 일에 대해 전반적인 소개 부탁드려요.
부산의 ‘국제신문’이라는 언론사 디지털 부문에 몸담고 있습니다. 국제신문은 부울경(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지역에 대한 이슈를 생산해 내는 지역 언론사입니다. 기자로서 기사를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 같은 특정 담당 분야 없이 전반적인 지역 이슈를 소개하고 있어요. 나아가 신문이나 TV 같은 레거시 미디어만으로 언론사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만큼 기사를 유튜브나 뉴스레터로 가공하는 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D. 어떻게 지금 다니고 계신 언론사에서 기자 일을 하게 됐나요?
기자는 고등학생 때부터 되고 싶었어요. 글쓰는 걸 좋아하고 질문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거든요. 방송사나 신문사 모두 괜찮았고, 지역 언론사도 상관없었어요. 특별히 지역의 가치를 전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기보다는 첫 번째 지원서를 낸 국제신문에 합격해서 다니다 보니 지역 이슈를 다루게 됐어요. 합격 당시 서울에 위치한, 이름이 더 알려진 언론사를 더 준비할 것인지 고민되긴 했어요. 하지만 일을 빨리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서 이곳에서 바로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난 2022년 3월 국제신문에서 제작하는 장편 다큐멘터리 <죽어도 자이언츠>(2022) 촬영 현장에서 롯데 자이언츠 팬 캐리 마허 교수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 ⓒDeOpt


D. 4년 동안 일을 해보며 느낀 기자라는 직업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딱 하나 꼽자면 거리낌 없이 질문해 볼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 생각해요. 기자는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바탕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직업인만큼 궁금한 것을 마음껏 물어볼 수 있죠. 직장 내에서도 상사의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거나 조심스럽게 질문해야 하는 어려움이 없는 편이에요.
다만 이런 부분이 기자들이 비판받는 포인트이기도 해서, 주의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기자라는 직업이 소위 ‘기레기’라 불릴 만큼 대외 평판이 좋지는 않잖아요. 저도 지금의 언론사 구조에서는 악의적으로 기사를 쓰려면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이 업에 몸담고 있지만 기레기론에 일정 부분 찬성합니다.


D. 기자 외에도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지고 계신 ‘N잡러’이시죠. 그중 영화 평론가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중고등학생 때부터 영화에 미쳐 살았어요. 단순한 감상을 넘어 영화를 뜯어보며 분석하는 것에 특히 관심이 많았죠. 그래서 제 꿈은 ‘영화 평론을 쓰는 기자’였어요. 그 꿈을 따라 대학교 1학년 때부터는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시민평론단 강의를 수강했어요. 그걸 수강하면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단 상의 심사 권한을 받거든요. 어떤 한국 독립영화에 상을 줄 것인지 토론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때부터 영화 비평에 대한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보게 됐어요. 그러다 비평 공모에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영화 평론가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D. 영화감독 일은 어떻게 하게 된 건지도 궁금해요.
사실 영화감독 일은 전혀 예상치 못하게 시작하게 됐어요. 저희 언론사에서 2~3년가량 공을 들여 부마항쟁을 다룬 기획 기사를 낸 적 있는데, 이 콘텐츠를 단순히 텍스트나 그래픽이 아니라 영상으로 제작하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유튜브 콘텐츠는 변별력이 떨어지니 영화를 만들기로 했고요. 그다음은 뻔한 한국 직장의 시나리오가 그려지시죠?(웃음) 제가 대학생 때 영화 동아리 부회장을 맡았던 경험을 이력서에 적었던지라 자연스럽게 감독직을 맡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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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부터 <10월의 이름들> 포스터, 메이킹 사진.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국제신문


그렇게 제작한 장편 다큐멘터리가 <10월의 이름들>(2021)인데, 이 작품이 운 좋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았어요. 예상 밖의 좋은 결과였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커졌죠. 그 덕에 올해에도 다른 장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됐습니다. 10월 개봉을 앞두고 지금은 한창 후반 작업 중이에요.


D. 마지막으로 영상 편집 프리랜서 일까지 하고 계시는데, 이 일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씨네플레이라는 영화 매거진에서 영화 소개 영상 편집 일을 최근에 시작했어요. 신작 영화 비평을 담은 영상을 만듭니다.


D. 부업으로 말씀해 주신 일들이 모두 영화와 관련 있네요. 영화에 대한 애정이 정말 많으신 듯해요.
맞아요. 결국에는 영화가 좋아서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영화가 좋아서 영화 동아리에 들어가고 평론을 본격적으로 파고든 덕에 감독과 평론가가 될 수 있었어요. 영상 편집 일도 그 연장선상에서 하게 된 거고요. 많은 사람들이 N잡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부가 수익 창출일 텐데, 제가 N잡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에 대한 애정이에요.

 

지난 2022년 1월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10월의 이름들> 메이킹 필름 ⓒDeOpt


D.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된 지금도 흥미와 애정이 유지된다는 말씀인가요?
네. 저는 여전히 영화가 좋아요. 영화에 대한 애정은 ‘오랫동안 지켜온 우정’같아요. 친구들끼리 싸울 때도 있지만 관계를 이어가는 것처럼 영화가 좋을 때도, 싫을 때도 있지만 결국엔 함께하고 있어요. 돌이켜 보면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10년 전 고등학생 때부터 꿈꿔온 일이에요. 만약 지금처럼 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삶을 동경하며 그저 불안해했을 것 같아요.


D. 그래도 부업을 여러 개 하기가 쉽지는 않을 텐데, N잡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커리어를 열심히 가꾸는 삶을 살고 싶어요. 지금은 젊지만 20년쯤 뒤에는 지금처럼 일할 에너지도 부족할 테니 할 수 있을 때 바짝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늘 불안함을 많이 느끼는 편이라 이렇게 해야 불투명한 미래에도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요. 때로는 불안이 강박이 되어 몸을 혹사한다는 느낌마저 들 때도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지금 행복합니다.

 

(B-side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