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16 [A-side] 도시에서 건설로, 공무에서 영업으로

DeOpt 2022. 11. 20. 18:00

#Work&Career

도시에서 건설로, 공무에서 영업으로


D. 먼저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도시시스템공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대형 건설사에서 현장 사업지원팀 소속으로 공무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제 인생과 커리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D. 건설사의 ‘공무’라는 직무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건설사의 근무지는 본사와 건설 현장으로 나뉘고, 그 중 현장에서 일하는 직무는 다시 ‘공사’와 ‘공무’로 나뉘어요. ‘공사’는 실제로 하도급 업체들을 관리하며 건물을 짓는 일이고, ‘공무’는 그 외의 현장 사업 지원을 담당합니다. 외부의 사소한 민원부터 하도급 업체와의 갈등까지,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이슈들을 다루고 해결하는 코디네이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D. 건설사에서 공무 일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도시시스템공학 전공이라 선택하게 된 건가요?
아니요. 오히려 전공과는 거리가 있어요. 도시시스템공학은 도시라는 큰 범위를 설계하고 계획하는 분야이지만, 건축/건설은 도시 안 개별 건물을 짓는 일이니까요.
많은 도시공학 전공자들은 SH(서울주택도시공사)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 혹은 신탁/시행사로 가는 것을 선호해요. 건설사에 들어가더라도 개발/영업직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건축직에는 건축공학 전공자들이 많이 들어갑니다. 순수하게 건축직으로 입사해 현장에서 근무하는 제가 흔한 케이스는 아니에요. 그렇다 보니 처음 입사했을 때 “여기 왜 왔냐”라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공무는 현장에 일어나는 이슈들을 핸들링하며, 현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서포트 하는 역할을 한다. ⓒDeOpt


D. 같은 전공자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한 거네요. 그런 선택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정말 꾸밈없이 얘기하자면, 가장 큰 이유는 돈이에요. 도시공학 전공자가 갈 수 있는 일반적인 설계사나 공기업, 엔지니어링 회사들은 업무 강도 대비 급여가 낮습니다.
대학생 때 해외로 교환학생 파견이 돼서 건축학을 배웠어요. 그때 건축학이 그동안 제가 배웠던 도시시스템공학보다 훨씬 더 디테일하고 체계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제가 건축 분야에 재능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때부터 건축분야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건설사 입사를 준비했습니다.


D. 지금 하고 계신 일은 본인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요?
적성에 안 맞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적성을 100% 발휘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닌 것 같아요. 적성보다는 너무 많은 업무량 때문에 힘이 듭니다. 아침 6시 반 즈음 출근해서 저녁 5시 반까지 일하는데, 보통 제시간에 퇴근하는 경우가 일주일에 2번 정도 밖에 안돼요. 일주일에 최소 2~3번은 밤 8~9시까지 야근을 하니 평일에는 개인적인 생활이 전혀 없는 정도죠. 현장의 돈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공학 지식 외에 금융, 경제 등 숫자에 대한 이해도도 필요합니다. 이런 건 건축공학 전공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지식이니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느낌은 없어 다행이지만요.


건설 현장의 첫 출근 ⓒDeOpt


D. 만약 같은 전공자들이 걷는 ‘보편적인 길’을 택했다면 잘 맞았을 것 같나요?
아마 남들처럼 공기업이나 엔지니어링 회사에 들어갔대도 잘 맞지는 않았을 거예요. 공기업에서 인턴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데, 직무보다도 그곳의 조직 분위기가 정말 저와 안 맞는다고 느꼈거든요. 지금 다니는 회사는 사기업이기 때문에 경쟁적이고 성장을 중요시하는 분위기인 반면 제가 느끼기에 공기업은 지나치게 안정적인 분위기였어요. 사람들이 욕심 없어 보였고 일도 대부분 반복적이었죠. 남들처럼 공기업에 들어갔다면 늘 사기업을 향한 아쉬움을 가지고 살았을 거라 생각해요.


D. 그러면 사기업 내에서 직무 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인가요?
네. 건축 도면이나 엑셀, 데이터를 보다 보면 혼자 일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저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창의력을 발휘하는 일을 하고 싶으니 항상 아쉽죠. 제가 가진 재능을 100% 발휘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요즘은 영업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업무 과정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를 다루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자랑 아닌 자랑이지만 말을 잘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 봤거든요.


D. 실제로 이직 준비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야근을 안 하는 평일이나 주말에 경제/금융 분야 공부를 많이 하고 있어요. 영업을 하기 위해 필요하고, 시행사나 신탁사 등 부동산 업계로 이직하려면 필수적이에요. 경쟁력이 될 만한 투자자산운용사나 공인중개사 같은 자격증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D. 회사의 업무량이 많아 퇴근 후에 공부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사실 공부 자체는 재미있어요. 작년에 떨어진 시험을 근래에 다시 준비하고 있는데, 지난 1년 사이에 발전한 걸 느껴요. 경제 분야에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며 유튜브로 영상을 보고 기사를 찾아 읽었더니 잘 이해가 안 되던 내용도 이제는 이해가 되더라고요. 이런 부분에서 성취감이 있어 공부는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D. 지금 하고 계신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도 있나요?
당연하죠.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도 나름의 성취감을 느낄 때가 많아요. 예를 들어, 건설 현장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돈 때문에 생겨요. 하도급 업체가 ‘계약 조건에 없는 일을 시킨다’와 같은 불만을 제기하는 식이죠. 그러면 제가 일정 내에 일을 진행시키기 위해 해결 방법을 마련해요. 본사나 다른 현장에 연락을 해보고, 때로는 현장에 있는 하도급 업체의 본사와 연락을 해서 문제를 핸들링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면 마치 문제가 없었던 듯 현장이 흘러가고, 그런 일들이 누적되며 다른 사람들이 저를 인정해 줄 때, 제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성취감을 느낍니다.


(B-side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