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11 [A-side] '사서 고생'하는 길을 택한 이유

DeOpt 2022. 7. 17. 18:00

#Work&Career #Fashion&Individuality 

'사서 고생'하는 길을 택한 이유

 

D. 먼저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안녕하세요. 이정은입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6년 가까이 샵에 소속되어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어요. 작년에 작은 뷰티 회사를 설립한 새내기 대표입니다.

 

 

D. 지금 하고 계신 일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소개 부탁드려요.

크게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어요. 주된 일은 TV, 공연, 웨딩, 스튜디오 쪽에서 메이크업을 의뢰받는 것이고, 요즘에는 백화점에서 뷰티 컨설턴트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VIP 고객을 대상으로 피부 관리, 화장품 추천, 맞춤 밀착 케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요.

 

ⓒDeOpt

 

D. 뷰티 업계에서 일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대학교 첫 전공은 외식 사업이었는데 배우면 배울수록 안 맞는 걸 느꼈어요. 꿈을 찾으려 이런저런 노력을 하다가 친구의 권유로 메이크업 학원에 다녔죠. 어릴 때부터 뷰티 쪽에 관한 관심도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인지 잘 맞더라고요. 그 이후로 꾸준히 공부해서 편입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다 보니 직업으로 삼게 되었네요.

 

 

D.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내 손으로 누군가의 개성을 돋보이게 해준다는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메이크업이 끝난 후 만족해하시는 고객들을 보면 천직인가 싶었죠. 요즘에는 새로운 제품을 계속 써보면서 사람들과 그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점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신제품을 써보고 추천해주는 일이 즐거워요. 그래서 블로그도 시작했죠.

 

 

D. 블로그 활동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 부탁드려요.

아무래도 뷰티 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화장품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잦아요. 제품 추천에 만족한 친구가 블로그를 해보라고 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블로그는 아티스트로서의 일이 힘들고 지루할 때쯤 새로운 자극이 되었죠. 요즘에는 스스로 아티스트보다는 마케터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메이크업을 해주는 행위보다 제품을 가지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더 좋아요. 그래도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그만두지 않고 병행할 생각이에요. 한발 늦게 시작한 마케터로서 제가 가질 수 있는 차별성은 메이크업을 할 수 있는 기술력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다른 두 가지 분야가 낼 수 있는 시너지가 있을 거예요.

 

 

D.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처음에는 다양한 고객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리고 샵의 고객이 아닌 내 고객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을 꿈꿨죠. 궁극적인 건 워라밸이었던 것 같아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보통 새벽에 출근하고 온종일 바르지 않은 자세로 일하게 되는데, 3년 차 때 허리가 너무 아팠던 적이 있었어요. 병원에서도 휴식을 권고했는데 휴무가 없다 보니 몸이 망가지는데도 일을 쉴 수가 없었죠. 그때 누군가 정해주는 불규칙한 스케줄이 아니라 스스로 내 삶을 조정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바로 창업하기에는 자금도 경력도 부족했으니까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시작했던 거예요.

 

 

D. 프리랜서로 전향한 이후 워라밸은 잘 지켜졌나요?

스케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전보다 나았어요. 그런데 쉴 때도 계속 일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면에서는 워라밸이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았던 적도 있었죠. 그래서 그냥 일과 휴식을 굳이 분리하지 않기로 했어요. 일이 내 삶에 녹아 있는 걸 인정하는 게 워라밸을 맞춰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D. 어떻게 보면 일을 곁에 두는 시간이 더 늘어난 것처럼 보여요. 그럼에도 프리랜서로 지내는 지금이 잘 맞는다고 느끼시나요?

전보다 더 바빠지고 책임질 것도 늘어났지만, 그래도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일단 나의 삶을 스스로 온전히 지켜낼 수 있는 점이 좋아요. 아프거나 휴식이 필요할 때 스케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으니까요.

샵에서 있을 때, 출근해서 어느 정도 일하면 월급이 계속 들어오니까 스스로 발전할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나태한 그 모습이 너무 싫어서 저 자신을 힘든 상황 속에 던진 거죠. 주변에서 ‘사서 고생한다’라는 말도 많이 했어요. 오히려 그렇게 살아남으려고 하다 보니 발전하게 되었고 입지도 생기더라고요. ‘한 만큼 받는 일’이 개인적으로 잘 맞는 것 같아요.

 

ⓒDeOpt

 

D. 이루고 싶은 커리어 목표가 있다면?

특별한 경험이 일상이 되도록 만들고 싶어요. ‘메이크업은 특수한 직업을 가진 사람만 또는 특별한 때에만 받는다’라는 인식을 바꾸는 게 목표에요. 요즘 뷰티에 관심이 없거나 모르셨던 분들께 메이크업을 제공하여 인식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에요.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하던 사람도 뷰티에 점점 관심을 두는 게 수치로 보여요. 앞으로도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모든 사람이 평상시에도 편안한 마음으로 메이크업을 받을 수 있게 만들고 싶습니다. 

 

 

(B-side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