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10 [A-side] 각자의 철학을 찾아서

DeOpt 2022. 6. 19. 18:00

#Work&Career #Art&Culture

각자의 철학을 찾아서

 

D. 먼저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안녕하세요. 한다감입니다. 이전까지 저는 마케팅 전문지에서 기자로 일했어요. 지금은 청년 창업에 관심이 생겨 청년 창업 매니저로의 이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감’이라는 이름은 필명이에요. 다감은 ‘풍부하게 느끼다’라는 뜻인데, 세상을 다양하게 느끼고 그 속에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을 글로 쓴다는 의미예요. SNS 상태 메시지나 프로필 메시지에도 ‘일상을 빌려 글을 빚습니다’라는 문장을 써요.

 

'일상을 빌려 글을 빚습니다'라는 필명처럼 글에 사용되는 이미지는 대부분 일상 속 순간을 담고 있다. ⓒDeOpt

 

D. 다양한 감각이 담긴 글이 궁금해요. 그간 어떤 글을 써오셨는지 소개해 주세요.

대학생 때는 <아트 인사이트>에서 4년 반 정도 에디터로 활동했어요. 다양한 문화 공연에 초대를 받고 리뷰를 쓰거나 자유 연재 형식으로 칼럼을 썼습니다. 이후에 취업 준비로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그만두고, 잡지 교육원에서 미디어 에디터 교육을 수강한 뒤 마케팅 전문지 회사에 취업을 한 케이스죠. 여기서는 온라인 뉴스 기사를 쓰고 매거진을 만들었어요. 시작은 중학교 때 일상 블로그를 쓰는 거였어요. 고등학교 때는 현대 문학을 해석하는 토론식 수업을 들으며 독후감을 쓰는 습관이 들었고요. 대학생이 되면서는 영화, 공연, 전시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한 리뷰로 범위를 넓혔어요. 제 글쓰기 취향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 글이 생업으로 연결되면서부터는 ‘팔리는 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제 전문성을 쌓거나 혹은 회사에서 커리어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쓰다 보니 브랜딩이나 비즈니스적인 관점의 이야기도 많이 담게 되었고요. 그 영향으로 지금은 자연스럽게 MZ세대의 커리어 고민, 디지털 노마드나 자기 브랜딩에 관련된 글들을 많이 쓰려고 하고 있어요.

 

 

D. 문화 예술 분야에서 마케팅이라는 비즈니스 분야로 업종을 변경한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글을 쓰고 싶고 예술이랑 문화 쪽에 가까이 있고 싶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문화 예술 관련 공기업을 준비했어요. 막상 공기업 취업 준비를 해보니 제가 들인 노력만큼 아웃풋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이 정도의 노력이 정말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문득 들었습니다. 저는 그냥 문화 예술과 가까운 업계에 있으면서 글을 계속 쓰고 싶었던 건데 말이죠. 그래서 차라리 글을 쓰는 노력에 집중해 보자는 마음으로 잡지 교육원에 다녔고, 취직까지 이어지게 된 거죠.

 

 

D. 공기업 준비에 노력을 들일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게 된 생각의 과정도 궁금해요.

문화 재단은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해 주고, 주민, 시민들의 예술 활동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해요. 이 과정에서 제가 주로 맡게 되는 일은 문서 작업이나 의사소통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는 일이거든요. 면접에 갔을 때 정말 화려한 경력의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같이 준비했던 친구들만 봐도 2년에서 3년 정도는 그런 이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고요. 대부분 정년까지 안정적인 직장을 기대하며 그런 준비에 시간을 쏟는 데 저는 그럴 마음이 없었어요. 그저 제가 쓴 글이나 창작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싶었던 것인데 공기업에서는 그런 일들의 가치가 오히려 후 순위로 밀려나더라고요.



D. 비즈니스적인 글쓰기에서 다감님이 좀 더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마케팅 언론지에서 일할 때 항상 제가 쓴 글에 대해서 “우리 독자들이 왜 그 글을 읽어야 해?” 하는 질문을 받았어요. 당시에는 그런 챌린지가 굉장한 스트레스였습니다. 하지만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독자들에게 읽히는 글에 대해 고민하며 시장 논리를 익힐 수 있었어요.. 결국엔 커리어의 영역에서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D. 이제 곧 ‘청년 창업 매니저’라는 새로운 일을 맡게 되시는데요. 글쓰기가 줄고 비즈니스적인 관심이 커진 듯해 보이네요.

제가 글쓰기 수업을 주최했던 문화 예술 스타트업에서 잠깐 일한 적이 있어요. 당시 대표님 두 분이 계셨는데 그중 한 분이 효율적인 경영을 중시하는 분이셨죠. 당시 저는 그런 비즈니스, 효율성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이후 경험을 쌓으면서 느낀 건 사람들을 만나고 직접적인 효과,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경영이라는 게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제 예술에 대한 관심이나 경험을 여러분도 겪어봤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에게 알려드리고 싶어요’라는 마음도 결국엔 서비스더라고요.



D. 앞으로 갖고 있는 커리어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각자의 철학을 세우고 북극성 같은 인생의 지향점을 찾도록 돕고 싶어요. 마케팅 전문지 기자로서 콘텐츠를 만들 때도 ‘콘텐츠가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생각했듯이요. 



D. 둘 다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공통점을 가지네요. 

맞아요. 제가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제가 느낀 것을 표현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영업하는 것이거든요.(웃음) ‘내가 즐거운 것을 남들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인 거죠. 친구들에게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 그렇게 많이 찾냐’는 거예요. 제게는 하고 싶은 일을 찾고 하는 것이 너무 쉽고 당연하지만 남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제 친구들과 같은 사람들에게도 도전을 가볍게 하는 마음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D.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다감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저는 사람들이 각자 삶의 철학을 가지고 살아가면 좋겠어요. 삶의 철학이 견고히 쌓이면 힘든 일을 겪을 때도 괜찮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우울증을 한창 겪은 적이 있었는데,  눈앞에 보이는 사소한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나가다보니 어느 순간 행복하다는 감정이 들었어요.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감각에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들에게 사고의 확장 혹은 진지한 삶의 태도를 같이 보여줄 수 있는 동행자가 되고 싶어요.

 

한창 우울증을 겪었을 때, 원인과 감정을 추적하며 기록해 엮어낸 독립출판물 ⓒDeOpt

 

D. 자신만의 가치관 또는 철학을 가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현실 감각을 기르고 ‘근데’라는 말을 붙이지 않는 거요.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사전 준비는 필수예요.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준비를 기본으로 갖춰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 안정감 속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해요. 대신 그 다음부터는 도전하는 두려움을 없애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전부터 ‘근데’라는 조건을 너무 많이 붙여요. 정답만 추구해왔고, 틀린 답을 하면 혼났으니까요. 아직도 만연한 생각의 관습이지만 그 ‘근데'에서 벗어나는 게 정말 중요할 것 같아요. 



(B-side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