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ide

#10 [B-side] 조바심 없이, 풍성한 삶을 위해

DeOpt 2022. 7. 3. 18:00

#Values #Vision #Relationship

조바심 없이, 풍성한 삶을 위해

(A-side와 이어집니다.)



D. 다감님은 사전 인터뷰에서 꾸준히 추구하는 가치로 다감(풍성하게 느끼기), Decent(번듯한 삶)를 꼽아주셨어요. 다감과 Decent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다감'은 세상을 최대한 다양한 방식으로 느껴보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고, ‘번듯함’은 경제적인 부분과 관련되어 있어요. 겉으로 봤을 때는 반대되지만 두 가지가 공존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제가 심적, 경제적인 부분에서 불안정했을 때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이 ‘내가 나로서 자유로워지려면 먼저 최소한의 경제적 밑거름을 탄탄히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제가 우울증을 겪을 때도 주거와 관련된 문제가 컸거든요. 삶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불안정하니까 내가 나로서 온전할 수 없었어요. 그때 스스로가 안정적이어야 삶을 다채롭게 느낄 수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D. 추천하고 싶은 영화로 <프란시스 하>와 <소공녀>를 꼽아주신 이유도 같은 이유일까요?
맞아요. 두 영화 모두 안정적인 주거의 부재, 불안한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해요. <프란시스 하>, <소공녀> 모두 예술가 인생을 살고자 하는 주인공들이 나오는데 현실을 대처하는 방식이 달라요. 두 주인공 모두 주거가 파괴되면서 일상이 무너져요. <프란시스 하>에서는 안정적인 현실을 위해 발레 선생의 길을 걷지만, <소공녀>에서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예술가의 길을 걸어가거든요. 실제로 직접 겪었던 문제들을 영화 속 주인공들은 어떻게 대하는지 볼 수 있어 기억에 남았습니다.

(왼쪽) 영화 <프란시스 하>, (오른쪽) 영화 <소공녀>


D. 안정적인 삶을 기대하며 그리는 미래의 모습이 있나요?
지금 당장은 집 평수를 늘리고 싶어요.(웃음) 그리고 미국에서 MBA*를 취득하겠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해외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계기가 있는데요. 최근에 골목에 있는 프랑스 바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사장님이 한국계 프랑스인이셨는데, 그분과의 대화가 틀에 박히지 않은 대화라 정말 좋았거든요. 보통 와인 추천은 그 자리에서 바로 이루어지는데 그분은 달랐어요. 손님과 깊은 대화를 나눈 후에 시간을 들여 추천해 주시더라고요. 그 사람의 성향, 성격에 따라 추천해 주신다고 사장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와인바에서 시간을 보내며 느낀 틀에 박히지 않은 분위기가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기분마저 들게 했죠. 외국은 틀에 갇히지 않은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 MBA: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D. 그렇다면 조금 더 먼 미래는요? 10년, 20년 후에요!
당장 구체적인 비전은 없습니다. 우울증 이후에 스스로 달라진 점 중 하나가 장기계획은 세우지 않는 것이에요. ‘어떤 계획을 세우는가?’보다는 ‘어떤 태도로 살 것인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다만 그때의 저도 ‘다감’, 그리고 ‘번듯한 삶(Decent)’의 가치를 잘 지키고 있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것을 계속 배워갈 수 있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그런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을까? ⓒDeOpt


D. 현재 운영하고 계시는 블로그에서 ‘당신과의 대화가 재미없는 이유’라는 글을 봤습니다. 다감님이 생각하는 좋은 인간관계는 무엇인가요?
자극이 있는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요. 말씀하신 글에서 “인간관계에선, 무자극만큼 치명적인 것도 없다.”라고 적었는데요. 인간관계는 뭐든 효용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즐거움, 경제적 이익, 배울 수 있는 점 등 어떤 형태로든 상호 만족감이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스스로도 지루한 사람은 되지 말자고 다짐해요.


D. 그 밖에도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 다감님이 스스로 지키는 것이 있다면요?
온전한 개인으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해요. 지루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저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지킬 줄 알아야죠. 그래서 사람이 사람을 구원하는 것은 순간에 그쳐야 한다고 봐요. 응원을 받는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이런 태도가 계속되면 타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거든요. 인간관계에서는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온전한 개인으로서 관계를 맞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D. 다감님께 가장 인상적인 자극을 주었던 사람을 소개해 주세요.
이전 직장의 편집장님이 먼저 생각납니다. 일하는 태도를 많이 배웠어요. 편집장님께서 제게 “가벼워져라." 하고 말씀하셨죠. 그때 스스로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둘러싸여서 일할 때였는데, 편집장님께서 다른 신입에 비해 목표치가 높아 보인다고 말씀하셨어요.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되바라지게 20대를 보냈으면 좋겠다.”, “20대 초중반의 시기는 씨앗을 뿌리는 시기이지 무엇을 거둬들이는 시기가 아니다.”, “그 때문에 성과가 없다고 조바심 내지 말고 최대한 많은 씨를 뿌려라." 잘해야 한다는 목표만 가지고 있었는데, 그 점을 꿰뚫어 보신 거죠. 인생 전반에서는 역시 부모님의 자극을 안 꼽을 수가 없어요. 모든 태도에 있어서 망설이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해주셨으니까요.


D. 마지막으로 처음 했던 질문을 다시 드릴게요. 다감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글을 쓰면서 세상을 탐구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세계 안에서 저만의 정원을 글로 가꾸는 사람이에요.